생물의 건축학 Book Review독서

생물의 건축학
하세가와 다카시 지음, 박이엽 옮김 / 현암사
나의 점수 : ★★★★

생물의 건축학




 

우리가 배우는 모든 것은 자연으로 부터 나온다는 걸 반증하는 책.

 

생물의 건축과 인간의 건축 형태와 문화적 요소들을 비교한 것은 신선한 시도로 다가왔고

루이스 칸(Louis Kahn)이 건축의 본질을 되묻던 질문에서 발견한 인류의 '삶'이

지구라는 별 위에 모든 동식물들의 삶들과 잇닿은 끈처럼 여겨졌다.

 

지하구조물의 졸업건축으로 설정하면서 개미의 군집생태에 대해 조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책치고는 유용한 정보가 많았고

건축학과 1,2 학년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지금은 아쉽게도 절판.

 

'창조를 위해서는 관찰만한 공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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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규구준승(規矩準繩)’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보면 인간 행실의 표준, 사물의 준칙이라고 뜻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 규구준승이야 말로 인간의 건축이나 도시 건설의 기본이다.

 

다른 말로 바꿔 보면 , 직각, 수평, 직선에 의하여 비로소 인간은 인간 행실의 표준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뜻이겠다. 기하학적 사유(思惟)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기하학적 형태가 인간의 둥지를 인간의 집으로 만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6 곤와 지로가 여기서 움막=이라고 부르는 것, 전승 관계(역사성)’문화 관계(동시대성)’도 개입하지 못하는 건축이라 말하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해 동물의 둥지와 같은 상태가 짙게 남아 있는 건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29 “’미친 문이라 일컬은 그 문에는 세 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이 차가 드나드는 문이고 그보다 조금 작은 것이 사람의 문, 가장 작고 동그란 구멍 같은 것은 새들이 드나드는 문이다. 가우디는 이 가장 작은 출입구를 새문이라 불렀다.” 단게 도시아키 (가우디의 생애, 163p)

 

40 앞으로의 건축은 부드럽고 폭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말하자면 건축이 원류를 더듬어 올라가면 생물의 둥지에 이른다고 하는 사실로부터 될 수 있는 한 멀어지려고 하는 분명한 노력이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멀어짐 속에서 건축물의 설계가 되풀이되고 생산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49 가우디가 추구한 이상적인 아치 형태란 기둥에 가해지는 외부로부터의 힘과 기둥 자체의 무게가 합쳐진 힘이 기둥의 방향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을 때의 형태이다. 마쓰구라 야스오 (가우디의 설계 태도)

 

62 나나 디첼(Nana ditzel)의 그네의자

 

72 구체적으로 해상 도시와 육상 도시의 다른 점을 생각해 보면, 우선 첫째로 해상 도시는 이동 가능성을 지닌다. 이것은 또 확장과 갱신을 쉽게 한다. 둘째로 독립된 자율성이 요구된다. 에너지, , 쓰레기 처리까지의 모두를 도시 안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는 제어되는 환경이다. 외력에 대하여, 내부 요구에 대하여, 건물 유지를 비롯하여 항상 제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넷째로 공간 자체가 생활 주기를 갖는다. 건축이나 도구처럼 연한의 차이는 있을 망정 내구력의 한계가 있는 것들로 구성된다. 다섯째는 인공적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84 땅속의 집

이런 종류의 건축물로서 일본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것은 1973년에 오사카 돈다바야시에 지은 PL 유치원 건물일 것이다. 설계자는 아이다 다케후미이다.

건물은 건물다운 표정을 전혀 풍기지 않았다.

 

90 튜브에 연속된 공간의 한 부분이지 결코 독립된 공간이 아니다. 이른바 지하 거리라는 것도 다를 바 없다.

이러한 튜브의 요소요소에 상승 튜브를 설치하여 지상과 연결함으로써 도시 공간은 큐비즘이 아니라 튜비즘 시대로 돌입하였다.

 

96 출입구 하나만 보더라도 계급에 따라 달리 사용되어 왔다. 정면의 현관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지만 주택에서 가장 격식을 차린 부분이다.

아무튼 두 개의 출입구가 같은 벽면에 나란히 있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98 땅속에 사는 생물의 둥지에는 반드시 현관외에 부엌문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거듭 강조해 두고 싶은 것은 이 현관에서 부엌문에 이른 경로 건축에서 동선이라 부르는 것- 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그들의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며 이라는 주거 공간은 오히려 부차적이라고까지 생각 할 수 있다.

   

173 꿀벌은 직감에 의하여 같은 양의 재료를 가지고 가장 많은 양의 꿀을 저장할 수 있는 육각형을 선택하였다.

 

186 아이들의 이러한 빠른 성장이 실은 건축 설계, 그 중에서도 특히 주택 디자인 분애에서 적잖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191 입주자의 성장에 따라 차츰 커지는 동화 같은 방’. 이렇게 멋진 것은 인간도 만들지 못하였다.

꿀벌은 그 조상 전래의 단위 방 체제를 버리지 않았다. 단지 그것을 매우 능률적인 것으로 바꿔 나간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인간은 건축에도 있을 것이다. 복잡한 장식을 한 로코코식 문화재와 거의 직선의 조절에 불과한 근대 건축은 능률이라는 점에서 어느 쪽이 더 우수할까?

사카가미 꿀벌이 걸어온 길

 

192 호박벌의 방과 꿀벌의 방

공업 생산화의 방향으로 돌진해 온 근대 건축의 시대가 그보다 앞선 시대의 건축- 건물을 주로 인간의 육체 노동에 의하여 실현시키던 시대의 건축-에 비하여 건축의 질적인 면에서 과연 우수해졌느냐 하는 물음에 대하여 곧바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9 좌우 양쪽으로 처마를 맞대고 늘어선 2, 3층의 집마다 바로 길가에서부터 깊숙한 안쪽에 이르기까지 주르르 늘어선 여자들이 이쪽을 향하여 교성(嬌聲)을 지르고 교태(嬌態)를 부리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정사조의 방 만들기라고 하는 생물학적 사실에다 창녀촌의 기억을 오버랩(overlap)하는 데에 어떠한 타당성도 필연성도 있을 리 없다.

새의 성적인 시설과 거기서 영위되는 교섭에는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노출되는 인간 사회의 구조적 병폐라든가 가난 위에 덮어씌워지는 착취라는 이름의 경제적 혼탁, 나아가서는 성적 충동을 돈으로 사는 일의 심리적 자괴감 따위가 눈곱만큼도 있을 리 없다. 새는 마냥 건강하고 인간은 병들어 있다.

  

211 전시, 과시, display – 생물학상으로는 위협 내지 성 충동에서의 과시

인간 활동 속에서 디스플레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단순히 점포 디자인에 국한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건축이나 도시로까지 확대

부어스틴(Daniel J. Boorstin)이 말하는 이미지의 시대를 초래한다.

  

222 조금 범위를 크게 해서 대도시또는 국가규모로 위협적인 과시를 한다면 어떤 디자인을 채용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말하면 콜로네이드가 이어지는 개선 도로라고나 부름직한 기념 대로의 건설, 거기에 문호대신 개선문 따위의 기념 건조물을 배치함으로써 더욱 강하게 위협(정확하게 말하면 허세일지 모른다)하기도 한다.

  

234 이즈미오카 무네스케 어록

현관을 크게 하지 말라. 문호를 펼치지 말라

밖에서는 작고 낮게,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고 높게 하라

천장의 높이는 75(227cm)을 한도로 생각하라. 그 이상이 되면 요릿집 아니면 명망가라는 표시가 된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곳일수록 더 정성을 들이고 돈을 들여라.

솜씨를 뽐내려 하지 말라. ()는 죽여라.

 

237 동물이 출입구를 겸손하게 작게 만들려는 것은 건축의 기능상의 문제- 비를 막고 바람과 외부 기온의 영향을 적게 받으려는 때문만이 아니라, 그 둥지가 항상 외적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동물은 을 자연 풍경 속에 묻혀 있는 듯하게 디자인한다. 포식자의 눈을 헛갈리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면 그들에게는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실외 디자인일 것이다.

반대로 동물 집의 실내 디자인은 외면과는 딴판으로 작업 솜씨도 섬세할뿐더러 내부 공간은 차라리 사치스럽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이다. 실내 공간은 동물의 몸을 감싸고 있는 2의 피부라 할만하여, 동물의 몸이 움직이는 데 편하도록 매우 부드럽고 매끄럽고 또 품이 넉넉하여 관찰자의 눈에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해 보인다.

하지만 내부야 어찌되었건 외부만 으리으리하게 짓는 인간 특유의 도착된 의장을 낳았으며 그것이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인간 건축의 기본적 디자인인 양 오인되기에 이른 것이다.

 

241 나는 이 사회적인 포식자의 모습을 명확히 포착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까닭도 없이 늘 불안해하고 있다.

 

242 흔히 박스형이라 일컫는 일련의 건축을 말하는데 이 건물은 동물의 둥지가 가진 공통적 특질이라 할 수 있는 방어 자세를 하고 있고 전혀 두드러지지 않은 외부에 비해 내부 공간은 놀라운 변화를 보여 주는 것이 특색이다.

안도 다다오는 스미요시의 나가야라 이름 붙인 한 채의 주택을 지었다.

이러한 역전은 현대 건축에서 귀중하다. 다만 앞의 도시 주택에서 그 전면이 너무나 투박하기 때문에 도리어 주변의 다른 집과 조화되지 못한 점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건물의 얼굴이 너무 볼품도 애교도 없는 게 문제다.

 

251 우리는 미래를 이미 보았고 또 살아도 보았다. 그리고 이 미래는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eter Blake, Form Follows Fiasco : Why Modern Architecture Hasn’t Worked 형태는 대실패를 따른다 근대 건축은 왜 실패했는가? 1974)

 

259 사와치카 도쿠이치, 과학 저널리스트

이른바 동물의 둥지라 일컬어지는 구축물은 넓은 의미에서는 잠자는 곳이거나 숨는 장소인데 하지만 크게 보아서 세 가지 목적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새끼를 기르기 위한 좁은 의미의 둥지, 또 하나는 먹이를 잡기 위한 둥지, 그리고 세 번째는 결혼을 위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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